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지은이 : 오치 도시유키 / 출판사 : 사람과나무사이

좀 오해 살 만한 제목이긴 하다. 책 내용에 대해 미리 확인해보지 않는다면 물고기 종류가 37가지 나온다고 생각할 게 거의 분명하다. 하지만 모치 도시유키는 37가지의 물고기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거의 두 종류의 물고기에 대해 37 토막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두 종류의 물고기란 바로 청어와 대구다. 역사 속에서 가장 깊은 족적을 남긴 물고기로 꼽은 물고기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세계사와 관련한 물고기를 꼽으라면 이 둘을 떠올렸을 게 거의 분명하긴 하지만(다른 게 없으니), 역사와의 구체적인 관련성에 대해서는 쉽게 얘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말하자면 모치 도시유키는 사람들이 조금만 알고 있는 소재와 주제를 깊게 파고들어 한 권의 가치 있는 책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저자 모치 도시유키란 분의 정체가 조금 재미있다. 그는 역사 전공자도 아닐뿐더러 어류 전문가도 아니다. 영문학 전공자로서 문학(특히 영문학, 특히 셰익스피어) 속에 이들 물고기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곁들여 읽게 된 역사서에서도 심심찮게 역사의 고비마다 물고기가 등장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 책을 썼다. 그래서 이 책에는 청어와 대구에 관한 생물학적 내용은 거의 없다. 대신 역사와 함께 문학에서 이들 물고기가 직접적으로, 혹은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이 물고기들이 세계사의 흐름에 변곡점을 준 내용 중 몇 가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청어와 관련해서는 산란하기 위해 특정한 장소로 돌아오는 습성 때문에 역사가 바뀐 경우다. 발트해를 산란 장소로 택했던 시절, 발트해 연안의 뤼베크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한자동맹이 결성되어 유럽의 경제적 패권을 장악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청어들이 회유 경로를 발트해에서 북해로 바꾸어 버렸다. 그 결과 청어잡이에 유리했던 네덜란드가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게 된다. 물론 그 이유만은 아니었지만 청어는 네덜란드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 것만은 분명하다.

대구는 대항해시대라는 유럽의 팽창 정책과 관련이 있다. 대구로 인해 뉴펀들랜드와 뉴잉글랜드로의 신항로 개척 열풍이 불지 않았을 수도 있고,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식민지 개척에 실패했을 수도 있었다. 또한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는 데 있어서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이 바로 대구였다.

또 한 가지는 피시 데이(Fish Day)다. 중세 시대 이후 교회는 사순절을 비롯한 단식일 동안 육류를 금하는 대신 생선은 허락했다. 생선은 고기가 아니라 생각했다는 것인데, 이렇게 종교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피시 데이라는 관습은 커다란 생선 수요를 창출하면서 어업의 발달을 촉진했다. 바로 그것 자체가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냈고, 종교 개혁으로 구교에서 신교로 전환한 국가에서는 피시 데이가 이름만 남거나 사라지면서 경제의 중심이 바뀌고, 심지어 국가의 흥망까지도 좌우하게 되었다(고 한다).

역사가 이 두 물고기에 의해 좌우되었다고 하는 것은 다소 과장이겠지만,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면서 진지하다. 적어도 이 물고기가 역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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